“팀장님은 팀장이니까 다 알잖아요.”
요즘 저를 가장 복잡하게 만드는 문장입니다.
얼마 전, 업무를 진행하던 중 동료와 작은 트러블이 생겼습니다. 문제가 되는 업무 프로세스를 저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팀원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동료가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방식이었습니다.
“이건 나만 몰랐던 거네요. 팀장은 원래 알 수밖에 없는 거니까요.”
팀원이 업무의 본질을 몰라서 화를 낸 게 아니라, 자신만 몰랐던 것, 그 자체에 화가 났던 겁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몰랐고, 팀장인 저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감정적 갈등이었죠.
이 사건 이후 저는 많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팀장이 아는 이유는 '팀장이라서'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팀장이 되기 전부터 업무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고민했습니다. 어쩌면 제가 팀장이라는 직책을 맡게 된 이유도 단순히 연차 때문이 아니라 업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준비 때문이었겠죠.
그러나 그 동료는 제 지식을 마치 ‘팀장이니까 당연히 가지는 것’처럼 인식했습니다. 마치 회사에서 저에게만 알려준 비밀 메뉴얼이 있어서 제가 모든 걸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팀장이라는 타이틀이 누군가에게 자동으로 지식을 부여하진 않습니다. 그저 제가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미리 파악했을 뿐입니다. 저 또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은 지점을 모르고 있었을 뿐 아니라, 아직도 저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아는 팀원들에게 매일 새로운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왜 ‘몰랐다’는 사실에 화가 날까?
팀원이 업무에서 몰랐던 것을 깨달았을 때 화가 나는 이유는 대부분 한 가지입니다.
‘내가 모르는 것을 다른 사람은 알고 있었다는 데서 오는 자존심의 상처’ 때문이죠.
그런데 이 자존심의 상처는 팀장이 알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더 심화되는 듯합니다. 다른 팀원이 알았다면 괜찮았을 텐데, ‘하필 팀장만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팀원에게 더 민감한 자극이 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팀장이라는 존재가, '나보다 한 발 앞서 있는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기 때문일까요?
팀장이 몰랐다면 더 나았을까?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만약 내가 몰랐다면 상황이 나았을까? 팀원이 덜 화가 났을까?
그렇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팀장이 몰랐다면, 팀원은 더 당황하거나 화가 났을지도 모릅니다. 팀장이 몰라서 혼란이 생겼다면 ‘팀장이 몰라서 이렇게 됐다’는 비판이 따라왔겠죠.
즉, 팀장이 업무를 알고 있는 건 당연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가끔 팀원에게는 상처나 불만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미묘한 위치라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이런 사실이 오히려 위안이 됩니다.
몰랐다는 걸 인정하는 태도
저는 팀장으로서 팀원에게 지속적으로 한 가지 태도를 강조합니다.
모르는 걸 인정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모르는 것’을 말할 때마다 사람들은 자존심의 상처를 받을 수 있고, 저 역시도 그럴 때가 있습니다. 특히나 자신보다 연차나 직급이 낮은 사람이 무언가를 알고 있고, 자신만 몰랐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는 누구나 순간적으로 당황하거나 위축될 수 있죠.
그럴 때 필요한 건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모르는 게 있을 수 있다’는 전제를 늘 마음속에 두는 것. 실제로 저 역시 항상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팀장이니까 안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는 게 팀장이다.”
팀장이라는 이유로 모든 걸 아는 게 아니라, 알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팀장이라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정보의 격차를 줄이는 노력
이런 사건이 생긴 이후 저는 더 적극적으로 팀원과 정보를 공유하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중요한 정보나 프로세스를 혼자 가지고 있지 않고, 팀원들에게 먼저 전달하거나 논의합니다. 팀원이 ‘자기만 몰랐다’고 느끼지 않도록 미리 소통하는 겁니다.
최근 시도한 방법은 주간 미팅에서 작은 세션을 만들고, 각자 최근 새롭게 알게 된 정보나 업무 지식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정보 격차가 줄어들고, ‘팀장이니까 알았을 뿐’이라는 오해도 덜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팀원들이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모르는 것 자체’가 아니라, 자신만 뒤처졌다는 느낌 때문이니까요.
하지만 결정적으로 스스로 고민해야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너는 왜 알아'가 아니라 '왜 나는 아직 몰랐을까?' 고민하고, 이유를 찾아 메꾸어야 하는 것이죠.
어쩌면 모두가 ‘알고 있는 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이 문제의 핵심은 '팀장'과 '팀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법한 감정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팀원은 저에게 화가 난 게 아니라 자신에게 화가 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왜 그걸 몰랐지?'라는 자책감이 ‘팀장이니까 알겠지’라는 합리화를 통해서 표출된 것일지도 모르죠. 이 글을 쓰는 저 역시 가끔 비슷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다만 저는 그걸 조금 더 빨리 인정하고, 솔직하게 표현할 뿐입니다.
모두가 가끔은 모르는 걸 알면서도 아는 척을 합니다. 그 순간이 지나면 다시 배우면 됩니다. 어쩌면 팀장과 팀원 모두가 이러한 사실을 함께 인정하는 게 진짜 해결책 아닐까요?
다시, ‘팀장이니까 알겠지?’에 대답하기
앞으로도 종종 비슷한 상황이 찾아올 겁니다. 그때마다 저는 이렇게 말할 생각입니다.
제가 아는 이유는 팀장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조금 일찍 알았을 뿐입니다.
이 말이 우리 팀에 작은 위안과 건강한 태도를 만드는 시작이 되기를 바라며, 이 경험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제가 팀장이기에 아는 게 아니라, 함께 성장하고 싶은 팀원이기 때문입니다.
'Studies >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하제일 시비걸기 대회 (0) | 2025.04.24 |
---|---|
낯선 자리 (0) | 2025.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