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리딩? '딸깍'
내가 없어도 팀이 잘 돌아가게 하기
작년 며칠 동안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돌아와서 팀의 상태를 보니 놀라움과 함께 복잡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팀은 아무런 문제 없이, 안정적으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기뻤지만 묘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잘 굴러가면 내 역할은 뭘까? 내가 없어도 되는 거 아니야?"
솔직히 말하면 살짝 쓸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생각이 얼마나 짧았던 건지, 조금 더 깊이 고민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팀이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 것, 바로 이것이 리더가 진정으로 발휘해야 할 최고의 역량이었습니다.
리더가 없어서가 아니라, 리더가 있기 때문에 돌아가는 팀
많은 리더들이 흔히 하는 착각 중 하나는 자신이 모든 것을 챙기고 관리해야만 팀이 잘 돌아간다는 믿음이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리더가 모든 것을 관리하고 챙기려 할 때 오히려 팀은 리더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고, 작은 변화에도 흔들리기 쉽습니다.
반대로 리더가 보이지 않아도 매끄럽게 굴러가는 팀이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마치 리더가 필요 없는 팀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팀원들은 스스로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알고 있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리더'처럼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구조를 만든 것 자체가 리더의 가장 큰 공헌이며, 리더가 없어서가 아니라 리더가 있어야만 가능한 결과라는 사실을 팀원들이 인정할 때, 비로소 조직의 수준이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팀원이 스스로 리더로 성장하는 환경 만들기
처음 팀을 맡았을 때 가장 고민했던 점 중 하나가 있었습니다.
“내가 모든 걸 결정하지 않아도 팀이 돌아갈 수 있을까?”
불안했지만 하나 둘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강조한 것은 명확한 기준과 근거였습니다. 팀원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의사결정의 이유와 근거를 찾는 법을 반복적으로 훈련시켰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그들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권한을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의사결정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팀원이 내린 결정이 성공적이면 그 긍정적 피드백은 전적으로 결정권자인 팀원에게 돌아가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실패했을 때 부정적인 책임은 팀원이 오롯이 감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며 성공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았습니다.
팀원이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무서워하지 않고 경험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은 결국 팀원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반복적 피드백과 피드포워드를 통한 역량 강화
또한, 팀원 개개인의 역량을 꾸준히 높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의사결정을 내린 후에는 항상 이런 질문을 반복했습니다.
- "왜 이렇게 생각했나요?"
- "그 결정은 어떻게 내렸나요?"
- "앞으로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 건가요?"
이렇게 스스로 생각한 방식을 돌아보게 하고, 다음에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피드백과 피드포워드의 반복입니다.
처음에는 팀원들이 어려워했습니다. 뇌에 힘주기를 강요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점점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자기성찰과 판단력은 결국 팀이 내가 없더라도 잘 돌아갈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팀, 현실적인 이데아를 목표로
물론, 완전히 내가 없어도 문제가 없는 팀을 만든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현실 속에서 완벽한 시스템이나 팀은 없습니다. 이런 조직은 현실보다는 ‘이데아’, 즉 완벽한 이상에 가깝죠.
하지만 목표를 이상적으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높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 보면 현실은 최소한 그 목표 근처에 다다릅니다. 결국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팀을 목표로 하는 노력 자체가 조직을 더 건강하고 강력하게 만들지 않을까요?
더 큰 리더
많은 조직에서는 한 단계 높은 리더가 되는 기준을 '얼마나 많은 사람을 직접 관리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일하게 할 수 있는가'로 삼습니다. 조직이 더 커지고 복잡해질수록 리더는 모든 것을 직접 결정하고 챙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즉, 리더가 없이 돌아가는 팀을 만드는 능력 자체가 리더의 역량이며, 이를 통해 리더는 더 높은 수준의 역할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팀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과정을 통해 팀원들은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의 리더로 성장할 준비를 하게 됩니다. 이런 팀은 단순히 지금의 팀이 아니라, 조직의 미래를 준비하는 강력한 토대가 됩니다.
홍철 없는 홍철팀
처음 들었던 질문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내가 없어도 되는 거 아니야?"
이 질문에 대한 가장 명확한 답은 이겁니다.
나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팀이 아니라, 나 없이도 더 잘 돌아가는 팀을 만드는 것이 내 진짜 역할이다.
리더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팀, 그것이야말로 리더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자랑스러운 성과입니다.
오늘도 저는 더 많은 팀원들이 스스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우선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결국 제가 지향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리더십이기 때문입니다.